대한민국 탄소중립(Net-Zero) 전략이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기존의 주력 흡수원이었던 산림(그린카본)이 노령화와 면적 제약으로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동해안 심해가 새로운 국가 전략 흡수원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동해안 심해 블루카본이 서해안 갯벌 중심의 기존 정책을 넘어선 '대한민국 탄소중립의 숨은 해법'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북 동해안은 연안에서 불과 수십 km 이내에 수심 2000m 이상의 울릉분지로 이어지는 급격한 낙차 지형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해조류가 흡수한 탄소를 외해와 심해로 빠르게 수송하는 이른바 ‘탄소 슈트(Carbon Chute)’ 역할을 한다.
심해로 이동한 탄소는 저온·고압 환경에서 분해되지 않고 수백 년에서 천 년 이상 저장되는 ‘고안정성 격리’ 상태를 유지한다.
연구팀은 이 메커니즘이 서해안 갯벌 중심 모델보다 면적당 약 9배 이상의 장기 저장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했다.
블루카본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포항을 중심으로 한 철강 산업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에 따라 연간 수조 원의 탄소 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동해안 블루카본을 통해 확보한 탄소 크레딧을 우선 활용한다면 지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민생 측면의 파급력도 크다. 어민을 단순 채취자에서 ‘해양 탄소 관리자’로 전환하는 ‘탄소 경작(Carbon Farming)’ 개념을 도입할 경우, 정부·기업의 관리 보조금과 크레딧 수익을 통해 기존 어업 소득 대비 3배 이상의 소득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미 주요 선진국은 블루카본을 전략 자산화하고 있다.
미국은 ‘블루카본법(Blue Carbon Act)’을 통해 연구·인증 체계를 구축 중이며, 일본은 ‘J-블루 크레딧’ 제도를 통해 민간 시장을 이미 활성화했다.
반면 국내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관련 예산의 80% 이상이 여전히 서해안 갯벌 연구에 편중되어 있어, 동해안의 심해 격리 효과는 국가 표준 측정·보고·검증 체계(MRV)에서 소외된 ‘제도적 공백’ 상태다.
권용석 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동해안 심해 블루카본은 지자체 차원을 넘어 국무조정실 주도의 범부처 국가 전략 과제로 지정되어야 한다”며, “디지털 트윈 기반의 모니터링 체계와 포항-울진-영덕을 잇는 블루카본 클러스터를 통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탄소 규칙을 설계하는 ‘룰 메이커(Rule Maker)’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