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포항시장 선거판이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지만 후보자들의 희망고문 격 공약이 나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약속이나 한 듯 '서울 대형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면서, 이를 둘러싼 실현 가능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이라는 시민들의 갈증을 파고든 전략이지만, 보건 행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실을 도외시한 희망고문성 공약"이라는 냉혹한 평가가 나온다.
12일 박대기 전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 직무대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포항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4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눈길을끄는 대목은 교육·의료 혁신안이다.
그는 "포스텍 의과대학과 스마트병원, 상급종합병원 유치를 추진하겠다"며 "수도권 대형병원과 연계한 진료·응급의료 전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앞서 서울 5대 병원 분원 유치를 공약한 김병욱 포항시장 출마 예정자의 행보와 궤를 같이한다.
김 예정자는 포항도시공사 설립을 통한 개발 이익으로 건립비를 충당하겠다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까지 제시한 바 있다.
이처럼 국민의힘 후보들이 너도나도 '대형 병원' 카드를 꺼내 들면서 포항시장 선거는 사실상 '의료 유치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들 공약이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암초는 보건복지부의 강력한 정책 기조다.
복지부는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2023~2027)'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신규 병상 공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엄격한 총량제와 평가를 거쳐야 하는데, 지자체장의 의지만으로 서울의 대형 병원을 끌어오는 것은 행정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의료진 확보 역시 '난공불락'의 과제다.
현재 수도권에 건립 중인 빅5 분원들(배곧 서울대병원, 청라 아산병원 등)조차 전공의 부족과 교수급 인력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방 의료 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서울의 일류 의료진이 연고 없는 포항으로 대거 이동할 리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의료계 내부에서는 지방에 분원을 지어도 진료할 의사가 없어 '깡통 병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공약들이 포항시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 온 '포스텍 연구중심 의대' 설립의 동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다수의 언론 보도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흐름 속에서도 포스텍 의대 신설에 대한 중앙 정부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후보들이 별개의 대형 병원 유치를 주장하는 것은 정책적 자원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정부에 "포항은 의대 신설 대신 대형 병원 분원을 원하는 것이냐"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또 기존 포항성모병원, 세명기독병원 등 지역 중추 의료기관들과의 상충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 보건정책 전문가는 "최소 5,000억 원에서 8,0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건립비와 운영비, 의료 인력 수급 등을 고려할 때 서울 빅5 병원 유치는 현시점에서 사실상 허구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 개발 이익으로 병원을 짓겠다는 구상도 재정적 위험성이 너무 크다"고 꼬집었다.
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대형 병원 유치' 공약이 시민들에게 일시적인 기대감을 줄 수 있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할 경우 정치적 불신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제시하는 장밋빛 비전 뒤에 숨겨진 행정적 실현 가능성과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