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수지에 음식물쓰레기 적환장?…포항시, 막무가내 행정 논란

2026년 음식물쓰레기 처리용역 앞두고 ‘유수지’ 적환장 활용 추진… 현행법상 도로·주차장 등 6개 용도 외 설치 금지… 방재시설에 오염시설 설치, 국토부 기준 정면 위반… 연초부터 음식물쓰레기 처리 대란 우려

포항시가 내년 1월 1일로 예정된 음식물쓰레기 수집·운반 및 처리 용역을 앞두고, 재해 예방 시설인 ‘유수지’를 적환장 부지로 활용하려는 무리수를 두고 있어 법적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현행법상 유수지에는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 대안 부지를 찾지 못해 ‘위법 행정’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이 정한 6개 용도 어디에도 ‘적환장’은 없다

 

17일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포항시는 현재 철강산업단지 내 위치한 유수지 부지에 음식물쓰레기 적환장 시설 설치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는 상위 법령인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을 정면으로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규칙 제119조 제3호에 따르면, 복개된 유수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용도는 도로, 광장, 주차장, 체육시설, 자동차운전연습장, 녹지 등 6가지로 엄격히 제한된다.

 

여기에는 ‘폐기물 처리시설’이나 ‘음식물쓰레기 적환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의 법령 해석 역시 유수지는 방재 기능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므로 열거되지 않은 용도의 시설물 설치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법령에 명시된 용도 외의 시설을 임의로 설치하는 것은 행정법상 목적 외 사용이자 명백한 위법”이라며 “적환장 설치를 강행할 경우 도시계획시설 결정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행 규칙은 자치단체장에게 유수에 방해되는 시설물 건축을 금지하도록 명하고 있다.

 

그러나 적환장이 들어설 경우 가설 건축물과 계량 시설, 차량 진출입로 등이 설치돼 유수지의 저류 용량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특히 홍수 발생 시 적환장의 음식물쓰레기와 침출수가 역류하거나 하천으로 유입될 경우, 단순 침수를 넘어선 ‘환경 재앙’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

 

또 적환장으로 예정한 부지가 침수될 경우 음식물쓰레기를 적환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철강산단 내 한 입주 기업 관계자는 “산단의 홍수 방어막인 유수지에 악취와 오염을 동반하는 쓰레기장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안전을 도외시한 행정 편의주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당장 내달 1일로 다가온 용역 개시일이다.

 

포항시는 현재 적환장 운영을 포함한 용역 입찰을 진행해 1순위 낙찰자와 적격심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시가 제공하려는 부지가 법적으로 사용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낙찰업체가 적격심사를 통과하더라도 계약 시작일부터 정상적인 용역 수행이 불가능한 처지에 놓였다.

 

적환장 부지 확보 책임이 시에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재정적 손실과 쓰레기 수거 공백의 책임 역시 포항시가 온전히 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포항시가 철강관리공단의 반대에 부딪힌 제조시설 용지 대안으로 급하게 유수지를 택한 것이 ‘악수(惡手)’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행정의 투명성과 법적 안정성을 무시한 채 몰아붙이는 직영 전환이 자칫 포항시 전체를 ‘쓰레기 대란’과 ‘소송 정국’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곳은 유수지에 있는 지목이 '대지'이기에 적환장 부지 활용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으나, 상위 법령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시민들의 시선은 이제 ‘법치’를 선택할 것인지, ‘무리수’를 둘 것인지 포항시의 최종 결정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