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항 글로벌 기업혁신파크, '지질 리스크'가 뇌관

공청회서 '이암층(Mudstone)' 특이성 경고... "아파트 5800세대 지반 안전 '빨간불'" ...포항 분지 특유의 '산성 배수' 및 '슬래킹(Slaking)' 현상... 콘크리트 부식·지반 침하 우려... "환경영향평가서에 정밀 대책 빠져"... 굴착 시 발생하는 수십만 톤 산성토 처리 '막막'

토목 전문가들과 환경단체가 제기한 '지질학적 난제'가 '포항 글로벌 기업혁신파크' 사업의 근본적인 안전성을 흔들고 있다.

 

경북 포항 땅속의 이암은 공기와 닿으면 산성 독물을 뱉어내고, 물과 닿으면 비스킷처럼 부서지기에 이 위에 30층 아파트를 짓겠다는 건 모래성 쌓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화려한 조감도 뒤에 숨겨진 포항 분지 특유의 '지반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르고 있다.

 

◆ '죽천리 백색 공포'의 재현?... 잠재된 '산성토양'의 습격

 

가장 치명적인 쟁점은 사업 부지 전역에 분포한 '특이잠재성 산성토양(PASS)' 문제다.

 

이 지역의 기반암인 제3기 이암층에는 황화광물(황철석)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땅속에 있을 때는 잠잠하지만, 굴착 공사로 공기에 노출되는 순간 산화 반응을 일으켜 pH 3~4 수준의 강산성 침출수를 쏟아낸다.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인근 흥해읍 죽천리 해변을 뒤덮은 백색 거품과 침전물의 원인에 대해 포항시는 "이암층의 황 성분이 산화되어 발생한 자연적 백화현상"이라고 공식 인정한 바 있다.

 

문제는 혁신파크 조성을 위해 대규모 절토(땅 깎기)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공학 전문가들은 "산성 배수는 하천 생태계를 괴멸시킬 뿐만 아니라, 아파트 기초 콘크리트와 철근을 서서히 부식시켜 구조물의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환경영향평가 초안에는 이 막대한 양의 산성 토사를 어떻게 중화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과 예산 계획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 물 만나면 녹는 돌... '슬래킹'과 '릴랙세이션'의 공포

 

화학적 오염보다 더 무서운 건 물리적 붕괴 위험이다. 포항의 이암은 물을 만나면 결합력이 급격히 해체되어 진흙처럼 변하는 '슬래킹(Slaking)' 특성을 갖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포항 지역에서 파일(말뚝) 공사를 할 때 가장 골치 아픈 것이 지반 이완(Relaxation) 현상"이라며 "단단해 보이던 지반이 공사 중 비를 맞거나 지하수위가 변하면 지지력이 급감해, 파일이 허공에 뜬 것처럼 마찰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5800세대에 달하는 고층 아파트와 학교가 들어설 예정지에서 이러한 지반 특성은 부동 침하(땅이 불균등하게 꺼짐)나 건물 균열로 직결될 수 있다.

 

2017년 포항 지진 당시 액상화와 지반 약화로 큰 피해를 보았던 흥해읍 주민들에게 이는 타협할 수 없는 생존 안전의 문제다.

 

◆ 비용은 누가 감당하나... '경제성 vs 안전' 딜레마

 

결국 문제는 '돈'과 '시간'이다. 이암층의 위험을 통제하려면 일반적인 공법보다 훨씬 고도화된 특수 기초 공법과 막대한 양의 중화제 투입이 필수적이다.

 

이는 고스란히 조성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미분양 리스크가 큰 포항 부동산 시장에서 분양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시행사인 한동대와 기업 컨소시엄이 수익성을 이유로 지반 개량 비용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나중에 입주민들이 건물 균열이나 환경 오염으로 고통받을 때,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국토교통부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포항 글로벌 기업혁신파크는 '주거 비율 과다'라는 논란에 이어 '지질 안전성'이라는 더 큰 암초를 만났다.

 

"땅부터 제대로 다지고 건물을 올리라"는 요구는 무리한 떼쓰기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당한 외침이다.

 

정부와 사업시행자가 이 '지질학적 경고장'에 대해 어떤 기술적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포항 글로벌 기업혁신파크는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 일원 (한동대학교 인근), 약 64만8939㎡ 부지에 추진되고 있다.

 

한동대학교,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삼성증권, 대우건설 등 7개 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는 2026년 착공, 2030년 준공목표로 총 사업비는 약 2565억 원(전액 민간 자본)을 예정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이 사업을 통해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 이차전지·바이오 등 첨단 신산업을 육성하고, 인재가 머물 수 있는 직주락(職住樂) 융합형 미니 신도시 조성을 목표하고 있다.

 

여기에는 산학연 융합 캠퍼스, 기업 업무 시설, 주거 단지(약 5800세대 예정), 국제학교 및 문화 시설 등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