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최대 현안이던 무역·안보 협상이 전면 타결됐다. 자동차·반도체 관세 조정부터 한국의 핵추진잠수함(SSN) 건조 승인,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까지 포함된 초대형 패키지 딜이다.
양국 정상은 14일 ‘조인트 팩트시트’를 동시에 공개하며 “경제·안보 전 분야에서 새로운 전략적 동맹 시대가 열렸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그간 우리 경제와 안보의 최대 불확실성이던 한미 관세·안보 협상이 최종 마무리됐다”며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실질 성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9일 경주 정상회담에서 주요 원칙이 합의된 후 16일 만에 공식 문서로 확정된 것이다.
■ 車 관세 25%→15%…반도체는 사실상 ‘대만 수준’
가장 관심이 컸던 자동차 부문에서 한국산 차량·부품에 대한 미국의 232조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내려간다.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 목재류에 대한 관세를 15%로 인하한다”고 명시됐다.
적용 시점은 적시되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는 “관계 법안이 발의되는 달의 1일로 소급 적용하는 방안이 미국 측과 협의된 상태”라고 밝혔다.
반도체의 경우 한국보다 교역 규모가 큰 국가와 동등한 조건을 적용한다는 문구가 포함되며 사실상 ‘최혜국 대우’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대만과 비교해 불리한 조건을 우려하던 업계는 최소한의 경쟁 환경을 확보하게 됐다. 의약품 관세는 15% 상한을 설정했고,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과 복제약 등에 대한 상호 관세는 철폐하기로 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에 대해서는 기존 조선·원전 등 전략 산업 중심의 1500억 달러 투자와 2000억 달러 규모의 MOU 체결 방침을 재확인했다.
다만 한국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미국이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고, 투자 시점 조정도 한국이 요청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 美, 한국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안보 분야에서는 더욱 중대한 변화가 담겼다. 팩트시트는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으며,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고 명문화했다. 핵잠의 건조지는 한국으로 확정됐으며, 미국에서 제작하는 방안은 처음부터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국 정부는 설명했다.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법적 요건 내에서 한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절차 진전을 지지한다”고 명시해 한국의 핵연료 주권 확대가 본격 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미 해군 함정과 상선의 한국 내 건조 역시 제도 개선을 통해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국방비 지출을 GDP 대비 3.5%까지 확대하고, 2030년까지 미국산 무기 250억 달러를 구매하기로 했다. 주한미군에 대한 330억 달러 포괄 지원도 제공한다. 양국은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핵협의그룹(NCG) 등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하고, 전시작전권 전환도 동맹 차원에서 지속 협력하기로 했다.
■ “동맹 르네상스 개막”…北 비핵화·대만해협 안정까지 포함
양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안정 원칙을 재확인하고, 2018년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역내 모든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한다”는 문구를 통해 여지를 남겼다. 대만해협의 평화 유지 중요성도 공동으로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한미동맹의 르네상스를 여는 역사적 이정표”라며 “국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만큼 국익 중심 외교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두고 “무역·국방·핵·에너지까지 포괄하는 역대급 구조적 빅딜”이라며 향후 한국 경제·안보 전략 전반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