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관세 협상을 둘러싸고 정부 발표와 미국 측 발언이 엇갈리며 외교적 혼선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타결’을 선언했지만 정작 미국은 다른 입장을 내놨다”며 “구체 문서 없이 발표한 깜깜이 외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일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가 ‘역대급 외교 성과’라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미국 상무장관이 ‘반도체 관세는 합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며 “도대체 협상이 타결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 시장을 완전히 개방했고,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국이 불리하지 않은 수준에서 민감 품목을 방어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 수석대변인은 “양측 설명이 정면으로 엇갈린다”며 “국민 앞에서는 마치 모든 것이 확정된 듯 발표하고, 뒤에서는 아직 문안 조율을 한다는 것은 국민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팩트시트 세부 문안을 조정 중”이라고 밝혀 협상 완결성 논란을 키웠다.
이번 협상은 한국이 밝힌 3,500억 달러 투자 약속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서 언급한 미국 내 추가 투자 6,000억 달러까지 포함할 경우 총 9,500억 달러(약 1,300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그러나 공동성명·합의문·서명 절차 없이 발표가 먼저 나왔다.
최 수석대변인은 “미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은 모든 합의 사항을 문서화하고 양국 정상이 서명했다”며 “1,300조 원이 오가는 거래에 합의문도 없는 건 구멍가게도 하지 않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투자 부담과 경제적 파장도 제기됐다. 최 대변인은 “미국은 요구한 투자 규모를 고스란히 관철했고 한국은 감액조차 못 한 채 분할 납부만 얻었다”며 “이는 GDP 21%에 달하는 투자, 국민 1인당 950만원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화스와프도 빠졌고, 매년 200억달러 현금 투입 구조는 모든 위험을 떠안는 영끌 외교”라고 비판했다.
핵추진 잠수함 관련 합의도 쟁점이다. 위성락 실장은 “핵잠 건조는 미국의 전반적 승인이 필요하며, 이번 합의는 연료 공급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독자적 추진 권한 없이 미국 통제 하 연료만 받는 제한적 합의”라고 평가절하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에 협상 문서 공개를 요구했다. 최 대변인은 “타결을 자화자찬하기 전에 합의문부터 제시하라”며 “국민의 눈을 피한 타결은 진짜 합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익보다 홍보가 앞서면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말이 아닌 문서로, 설명이 아닌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협상이 “사실상 타결” 단계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종 문서화 절차가 남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야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투자·안보·산업정책이 걸린 초대형 협상인 만큼 명확한 문안 공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향후 협상 문건 공개 여부와 외교적 후폭풍이 정국 쟁점으로 비화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