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석방…법원 “체포 필요성 소멸” 판단에 여야 정면 충돌

민주 “수사 방해 외면한 결정”…국민의힘 “사법부의 상식적 판단”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경찰의 체포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체포적부심이 법원에서 인용됐다.

 

서울남부지법 김동현 영장당직 부장판사는 4일 오후 3시부터 약 1시간10분간 심문을 진행한 뒤 “현 단계에서 체포의 필요성이 유지되지 않는다”며 석방 결정을 내렸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일 공직선거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지 이틀 만에 풀려났다.

 

재판부는 “피의사실 성립 여부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으나 수사의 필요성이 전면 부정된다고까지 볼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미 상당한 조사가 진행됐고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적어 추가 조사 필요성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사안에서 인신구금은 신중해야 한다”며 “피의자가 성실히 출석하겠다고 약속한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헌법상 기본권 제한이 수반되는 체포에 대해 신중함을 주문한 셈이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석방 직후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경찰이 씌운 수갑을 사법부가 풀었다”며 “대한민국 어느 한구석에는 민주주의가 남아 있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일정에는 늘 법정과 유치장이 따라붙는다”며 “정권 비위를 거스르면 누구나 감금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법원도 체포의 적법성과 수사 필요성은 인정했다”며 “다만 체포의 계속 필요성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석방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반응 극명…사법 판단 놓고 여야 ‘충돌’

 

이날 법원의 석방 결정에 정치권은 즉각 반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방해를 눈감은 결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정치 보복에 제동을 건 상식적 판단”이라며 환영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법원이 체포의 적법성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수사의 시급성과 피의자의 회피 책임을 외면했다”며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황에서 국회 일정을 핑계로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수사 방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소시효를 넘기기 위해 수사를 회피하는 피의자를 감싸고 수사기관을 가해자로 만드는 게 과연 사법 정의인가”라며 “이런 결정을 내리고도 사법권 독립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며 환영 입장을 냈다.


장동혁 대표는 “불법적인 영장 발부와 위법 수사로 이어진 체포·감금 사태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다”며 “이제라도 석방된 것이 다행이며, 위법 수사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정권의 입맛에 맞춘 정치 경찰의 폭거가 사법부 앞에서 무너졌다”며 “정적 제거식 보복 정치는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체포적부심 제도의 본질…‘수사기관 견제’와 ‘피의자 권리보호’ 사이

 

체포적부심은 수사기관의 체포가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 법원에 석방 여부를 심사받을 수 있는 제도다. 헌법상 인신의 자유 보장을 위한 절차로, 최근 정치·사회 사건에서 빈번히 활용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정식 출석 요구는 단 한 차례뿐이었고, 국회 일정으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체포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전 위원장이 6차례에 걸쳐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공소시효 만료를 우려했다”며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측 주장을 종합해 “체포 자체의 적법성은 인정되지만, 현 단계에서 피의자 구금의 필요성은 유지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이번 법원 결정은 단기 공소시효를 앞둔 정치사건 수사의 정당성과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두 원칙이 충돌한 상징적 사례로 남게 됐다.

 

정치권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법부의 중립성과 수사기관의 정치적 독립성을 둘러싼 공방을 더욱 치열하게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추석 이후 본격화될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일정에서 ‘이진숙 체포 논란’은 여야 대치의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